이상한 일이다. 널뛰는 부동산 가격, 주식 시장의 폭등과 폭락, 물가와 유가의 급등 같은 경제 문제는 매일 아침 뉴스를 가득 채운다. ‘증발한 시총’ ‘바닥없는 폭락’ ‘부동산 시장 충격’ ‘공포가 시장 삼켰다’…. 지금 경제에 깔린 예측 불가능성에 많은 이들의 숨이 막혀가는 듯하다. 그러나 미술시장이 얼어붙고 경매 낙찰률이 반토막 났다는 소식 앞에서는 묘하게 고요하다. 아트마켓의 불황엔 대중도, 언론도 심지어 미술종사자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그저 소수 부유층의 우아한 유흥이 잠시 멈춘 것쯤으로 치부하거나, 예술은 자본의 논리와 분리되어야 한다는 순수한 믿음이 작용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 역시 치열한 밥벌이와 생존의 장이다. 그 현장이 당장 4월부터 펼쳐진다. 화랑미술제, 아트오앤오, 바마, 더프리뷰를 시작으로 5월 아트부산과 하이브아트페어로 이어지는 봄 장터는 한 해 한국 미술시장의 향방을 미리 읽는 바로미터다. 이때의 분위기가 가을의 프리즈, 키아프까지 이어진다. 이에 맞춰 구조 조정의 소용돌이에 빠진 미술시장을 진단하는 특집 「Art Market Now」를 기획했다.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던 시장은 이제 지표의 등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국면에 진입했다. 영 컬렉터 중심의 중저가 마켓 부상, 울트라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의 시장 진입, 1차 시장(화랑·아트페어)과 2차 시장(옥션)이 각기 다른 궤도로 작동하는 ‘멀티스피드’ 생태계…. 특집은 이 지각 변동의 실체를 해부하고 불황의 돌파구를 모색한다.
시장을 전면에 내세운 기획에는 늘 불편한 시선이 교차한다. 미술이 가격표를 달고 상품으로 전락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물론 예술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그에 저항하는 고유한 힘을 지녀야 한다는 신념은 동시대미술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시장은 예술의 대척점이 아니라, 예술을 현실에서 박동하게 만드는 물질적 토대다. 고된 창작 역시 밥벌이라는 생계의 터전에서 이루어진다. 물감을 사고, 작업실의 월세를 내며, 다음 전시를 기약하는 모든 일은 결국 자본이라는 냉혹하고도 투명한 동력에 빚지고 있다. 작품이 세상과 만나고, 화랑과 컬렉터의 지원에서 유기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 없이 예술은 온전히 자생할 수 없다. 우리가 각종 차트에 오르내리는 소설과 영화, 음악을 통해 시대정신을 읽듯, 미술시장의 반응은 동시대인의 미의식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작품과 현실이 교섭하는 치열한 사회적 언어다. 자본주의 비판,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인류세 같은 무거운 담론이 비엔날레의 전유물로 남지 않고 마켓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미술이 자본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고, 작품의 본질적 가치를 우선하는 일은 언제까지나 미술계의 가장 중대한 책무일지 모른다. 주가와 휘발유 값을 보고 내 통장이 아니라 그 너머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떠올려야 하듯이, 미술이기에 끝내 포기하지 않을 ‘레드 라인’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진단하는 일 또한 동시대미술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확인하고, 다가올 내일을 읽어내는 일이라고 믿는다.
고백건대, 나 역시 한때는 그 ‘불편한 시선’을 던지는 쪽이었다. 입사하기 전까지 미술관과 대안공간은 부지런히 찾으면서도 상업 갤러리의 전시를 챙겨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관심을 두는 주제 중 하나다. 이현 편집장은 그런 나를 보고 ‘미술시장 전문기자’라고 부르며 힘을 실어주었고, 마켓 기사를 기획할 때면 믿고 내게 맡겨주었다. 나를 가장 먼저 알아봐 준 그가 출산과 육아로 잠시 편집국을 떠나게 됐다. 그가 며칠 전 말했다. “일을 지속하려면 재미와 의미, 보상 중 하나는 있어야 하잖아요. 예전에 재연 씨는 ‘재미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있다’고 대답했었죠. 속으로 언젠가 재미까지 발견하길 응원했는데, 요즘 부쩍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보여서 선배로서 아주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그가 가장 처음 쓴에디토리얼도 「그래도 재밌죠?」(2022년 1월호)였다. 그는 이 일에 재미를 느낄 만큼 열정 있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선배가 늘 존경스러우면서도 질투가 났다. 사실 아직도 재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재미가 없더라도 기꺼이 끝까지 해내고 싶은 일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끝을 먼저 상상하며 데스크 업무를 시작한다. 언젠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길. “역시, 재미있을 줄 알았다니까.”

◼︎ 『아트인컬처』(2026년 4월호) 에디토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