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는 감정의 ‘결’과 ‘겹’을 선에 담는다. 일상의 장소, 관계, 사건 등에서 느낀 미묘한 정서를 회화에 녹여왔다. 그가 최근 TINC에서 개인전 <Turning in>(6. 4~29)을 열고 대형 신작 3점을 선보였다. 최윤희에게 감정은 추상 명사로 고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파도, 수천 개의 색으로 번지는 스펙트럼, 희미해지고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는 빛에 가깝다. 사랑은 식고, 슬픔은 흐려지며, 열정은 휘발된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의 운동인 ‘정동’에 몸을 실었다. 감정의 크기에 따라 몸을 구부렸다 폈고, 속도에 맞춰 캔버스 위를 질주하다 멈췄다. 특정 모티프에서 시작하더라도 정서가 달라지면 과감하게 형태를 바꿨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내면을 파헤친 흔적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날뛴 감정의 궤적이 캔버스에 남았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처음으로 대규모 회화에 도전했다. 캔버스의 크기가 커진다면 눈에 띄지 않았던, 그동안 놓쳐왔던 감정을 포착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출발했다. 작가의 변화는 늘 자신을 향했다. 작업 초기, 풍경화를 그리던 최윤희가 오늘의 방식을 선택한 것 역시 외부의 사물보다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작가의 그림은 일기보다 거울과 맞닿아 있다. 작품의 필치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관객은 최윤희가 그랬듯 자신의 감정과 만난다. 관객이 작가의 감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감상자의 마음을 비춘다. 말하자면 최윤희의 회화는 누구에게나 ‘나’의 내밀한 이야기다.
◼︎ 『아트인컬처』 2024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