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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업이 갖게 되는 영토가 하나의 캔버스일 리가 없다. ‘의미’가 미끄러지는 것이라면, 그래서 작품은 늘 작가보다 말이 많은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동시에 작업의 구획도 늘 범람하고 침범한다. 그리고 그것은 관찰하는 ‘존재’ 스스로 작업의 영토 안으로 걸음하는 것을 또한 전제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하나의 작업의 영토가 고작 하나의 액자 따위일 리 없으니, 시선은 프레임 안을 집요하게 서성이고 또 요동치다가 마침내 구획을 벗어나 외부로 나간다. 한 작업의 가장자리와 둘레가 연장된다면 그 장소에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혹은 한 작업은 하나의 세계에 일부분에 해당되는 조각이기에, 그 조각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만 현상되도록 허락한 필연성이 외부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