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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 놓았겠지. 너는 무인도에서 출발한 코르크 병처럼 눈을 감고 하루 종일 작은 밀썰물의 애무를 느낀다. 강이 바다로 흐르는 것과 반대로 바다는 늘 자신을 향하여 흐르기에, 너는 출발하지 않고서 도달하고, 도착하지 않은 채 떠난다. 부서진 차, 손에 묻은 피, 젖은 신발 그리고 오발 혹은 불발을 예정한 권총 한 자루…. 이다지도 무겁고 끈적이는 운명을 두고 너는 지난 일과 결별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지만, 그런 일은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다. 너는 늘 한가운데서 비롯해야만 한다. 한가운데. 뜨고 지는 영원한 자맥질을 통해 네가 알게 된 것은 바다의 너비가 아니라 고락高落이다. 기어이 너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이냥 묻어버리겠다는 것인지 하는 마음이 번갈아 밀려왔다 밀려갈 때, 결국 너는 생이란 어딘가 닿는 것이 아니라 체념과 기대를 반복하며 파도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마음 중 어느 하나에 의지해 살 수는 없다. 멀어져서도 가라앉아도 안 되기에 너는 그저 두 마음의 오고 감을 도리 없이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