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입속에 내 잎_하므음: 종이 속 전시

하므음, ⟨창문’히’⟩,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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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부르는 표정. 당신도 한 번쯤은 부르거나 대답해본 적이 있겠지. 당신이 나의 표정을 읽고 나는 혀로써 당신이 읽은 것이 맞다 대답하는. 내 과거를 대신 기억하는 안색에 대해, 내 슬픔을 대신 앓는 낯빛에 대해, 나 대신 더 많은 것을 희망하는 얼굴에 대해 그러니까 대신하여 어떤 소리를 기다리는 표정에 대하여. 이들을 마주친다면 나는 비로소 고백할 준비가 끝날지 모르겠다. 괜찮냐, 어떻냐는 물음이 마치 열쇠가 되어서 그 열쇠에 꼭 맞는 말을 발음하는 일도 있지만, 그 표정들은 물음 없이 도착해 나는 그것에 맞는 어떤 소리를 뱉고 또 발음할 준비를 마치고 만다. 건네는 대화 안에서 몇 개의 말이 겨우 남을까 하는 고민. 그러나 그 열쇠를 통해 소리가 당신의 안으로 안착한다면, 굳이 구석진 자리에 앉지 않아도 또 천천히만 식는 커피가 도움을 주지 않아도 언어의 온도가 오래도록 남을 것만 같다. 고백을 하고 밤사이 뒤척였던 것은 당신의 입에서 ‘아니’란 말이 나올까보다는, 내가 두드린 계이름과 말이 정확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네 입속에 내 잎을 넣어 그것이 자라나고 흔들리는 순간 염려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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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능성에 대한 끈질긴 사랑_하므음: 둘, 셋의 공통감각

하므음, 묘리기, 2017, 예술공간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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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의 선물을 고르다 망설였다. 나는 당신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도통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옷의 대부분이 검은색이고, 그렇지만 꽃을 고를 때는 파스텔톤을 선호하고. 코코아를 좋아하지만 정작 쓰고 달지 않은 코코아를 찾는 당신까지는 내가 알고 있었지만 그 의미와 느낌 앞에서 나는 한참이 모호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에게 검은색이 어떤 위안을 주는지 몰랐고, 파스텔 톤이 당신을 어떻게 물들이는지, 그런 코코아에 심심함 말고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느낄 수 없었으니까. 모호하지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모호 속에서도 사랑은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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