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으로 고요를 짓는 일_비아니, 곽철안: Black Echo

비아니, 곽철안 《Black Echo》 전경 5. 14~6. 14 아줄레주갤러리

고요는 소란을 딛고 일어선다. 소란에게는 고요를 길러낼 힘이 있고, 결국엔 기척도 없이 고요가 등 뒤에 따르리라는 믿음은 견고하다. 그러나 이 말을 비가 오고 땅이 굳는다는 흔한 교훈으로 입에 담을 생각은 없다. 여윈 바늘이 떨고 있는 한 우린 나침반 가리키는 방향을 믿을 수 있다. 모두가 잠든 밤이 지닌 적막은 사실 별과 개울, 풀벌레의 낮고 작은 웅성거림으로 빚어진다. 그렇다면 고요는 소란과 나란히 놓인다. 소란의 끝이 아니라 그 한가운데서부터 시작된다. 소란이 고요의 형식일지 모른다는 것. 나는 비아니(Viani)와 곽철안의 《Black Echo》에 대해 말하고 있다. 두 작가의 세계는 고요하다. 완주를 마친 원과 제 길이를 모두 펼친 선. 그러나 여전히 분출하는 빛무리와 그치지 않는 선율. 누구보다 완연한 고요가 그럴 수는 없는 것. 오히려 조형 곳곳은 소란하여 고요를 생생하게 불러내는 것은 아닐지. 이들의 파동을 여기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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