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모래 모래_차지량: dream pop

《dream pop》(2022. 12. 1~12. 31 d/p) 아티스트 토크 ‘꿈/깸’과 ‘중얼중얼’ 전경

밤이 가장 길었던 밤. 바다를 쏟는 사막에서 지느러미가 바삭이는 붕어, 영원히 익지 않는 검은 열매를 두고 우린 별처럼 웅성거렸다. 부자가 되는 행운에 대해서 말했고, 유전을 찾느라 모래에 새긴 발자욱과 서풍에 잠긴 길을 돌이켰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진짜 아버지는 어둠 후에 잠 말고 어떤 시간이 있는지 몰랐으므로, 혹은 손톱과 머리칼 이외에 물려줄 게 없어 오늘 말한 그런 저택의 주인은 될 수 없을 거야. 부서지기 전에도 처분할 수 있는 가구, 헤어진 연인과 동시에 내쫓을 수 있는 집기로 채워진 사물의 집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허름한 가게가 문을 닫는 것만으로도 눈물짓고, 온 세상 대신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더라도 축하해주며, 둥글게 모여 앉아 투명한 모닥불을 소리로 이룩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우리가 최근에 알게 된 가장 가난한 이는 🦋였다. 그는 허구 속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탕진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난했다. 모래성이 어떤 모래가 되고 다시 다른 모래로, 처음이 되는 과정을 가질 뿐인 그 이름. 아름답고 반짝이지만 그 안에서 살 수 없고, 한순간 무너지며 모래로 응결한다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모래성 모래 모래_차지량: dream pop 더보기

차지량 개인전 《dream pop》 아티스트 토크 ‘꿈/깸’과 ‘중얼중얼’

차지량 개인전 《dream pop》(2022. 12. 1~31) 아티스트 토크 썸네일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 차지량 개인전 《dream pop》의 대화 자리를 마련합니다. ‘모임 별’의 조태상님, 이번 전시의 출품작 <Surfing>의 협연자로 함께한 조재연, 권태현님과 함께 ‘꿈/깸’과 ‘중얼중얼’에 관해 이야기 나눕니다.

‘꿈/깸’과 ‘중얼중얼’
대화: 권태현(독립 큐레이터), 조재연(미술기자), 조태상(모임 별), 이민지(d/p큐레이터), 차지량(작가)
12월 22일 (목) 오후 7시 d/p 전시장

《dream pop》(2022. 12. 1~31)
컨셉, 연출: 차지량
코디네이터: 이민지
협업: 권태현, 금지원, 김수환, 연예지, 오세라, 조은영, 조재연, 황선정, Fairy, HNV, Needle&Gem, Ijo, Ivetta Sunyoung Kang
환경 설정: 드림팝(시각), 정진화(청각), 엄아롱, 최황(인테리어)
주최: d/p
주관: 새서울기획, 소환사
후원: 서울문화재단, 우리들의 낙원상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저문 강에 삽을 씻고_차지량: Surfing

여기는 물이 얼마 없어 표류할 없는 당신을 위해, 저문 강에 나가 나의 죄를 퍼다 버린다. 비로소 당신의 머리를 잠글 있을 때까지 삽은 검어졌다 씻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죄엔 게으름도 포함돼 있어 물이 어둔 까닭을 때문이라고만 말할 있을지 없다. 시간에 따른 없이 시간을 만들고 마는 부지런한 천체 때문이 아니라, 이번에는 부디 나를 말미암아 당신을 쓸고 내가 검어지기를 조근거리며 냇가에서 무릎을 접고 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_차지량: Surfing 더보기

흐린 날, 미사일_차지량: New Home – Stay

차지량, ⟨Stay⟩, 비디오, 60분, 2021 (출처: Cha Ji Ryang)

나는 문득 자수를 하고 싶어진다. 뭔가를 자수하고 싶다. 장마철마다 대야와 바가지로 물을 푸던 양친을 잊고 지냄에 대하여, 익지도 않은 낯선 짐승을 뼈째로 허겁지겁 삼키고는 그 비가 타고 내려오던 깊은 계단에 게워냈던 기억의 부재에 대하여, 새벽 내 심장 타는 냄새를 맡던 가족의 얼굴을 모름에 대하여, 그러니까 그 어느 것도 내가 머물고 있지 않음에 대하여. 밖에서 그토록 빛나고 아름다운 것이 집에만 가져오면 꽃들이 화분이 다 죽었다지. 쥐기 위해서 꺾어야 한다는 것과, 언덕을 넘어오는 바람만은 가구로 재현할 수 없다는 것, 그렇게 누구를 사랑하는 태도가 사실 끔찍하게 다르다 것이 내가 그곳을 기억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그 누군가가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갈 스스로 생성해내는 생을 살고 있다고 할 때, 그가 밤이나 폐허 같은 것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음을 더러 본다. 오일 대신 유채라 발음하고, 시침은 물론 형광등이 씨끄럽다는 것을 앎은 중요한 일이 아니지만, 이 사소한 소리들을 말미암아 그곳에 머무를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집으로 가는 길마저 망각할 수밖에. 흐린 날, 미사일_차지량: New Home – Sta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