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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이 더 아름답다 그리는 병을 앓는 우리. 그럼에도 끝까지 당신을 미워하는 일이 가능하긴 한 걸까. 잔인한 기억 사이사이에 고운 말이 떠오르고, 용서 못 할 사건을 기어이 가볍게 만들 미련이 자라날 때면 과거는 도무지 다정을 면치 못했다. 받은 상처로 결별을 짓기보다는 다하지 못했던 미안함으로 희망을 이룩한다. 이 미력한 희망이 남아 ‘미래‘는 쉬이 연기된다. 만약에 좀 더 성숙해진 채로 우리가 다시 만나고, 만약에 과거의 잘못을 수정하며, 만약에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면 결론이 과연 다를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완전무결한 환상을 지탱하는 지지체 ‘만약에‘는, 어떤 노도怒濤도 우릴 미래로 끌고 가지 않도록 지켜준다. 다른 시간의 가능성을 가리켰던 미래라는 낱말의 신세는 희망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처량해지고 말았다. 잠든 모든 이의 얼굴이 선하다고 믿는, 진흙 위에서 무구한 것이 피어나거나 검은 비닐봉지조차 가끔은 주황 지느러미가 빛나는 금붕어를 쏟아내는 일이 여전히 있는 세상.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하루 또 하루 희망을 발견하는 한 세상은 종말을 맞을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