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모든 요소들이 동시에 보이도록 그려진다. 그림을 보는 이가 각 부분을 살피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림 전체의 동시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술은 보통, 시간예술이라는 범주에서 배제되었다. 그러나 동시대 미술 중에선 평면에 시간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가 존재한다. 이번 컴필레이션은 그러한 시도를 담는다. 그림의 개체를 다르게 정의하는 것, 개체 윤곽이 불투명해지거나, 왜곡되는 것은 모두 존재가 생성이 되는 것으로써 시간을 갖는다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째서 문제일까. 고정되지 않은 시간의 흐름은 그것이 어디서부터(과거) 지금에 도착해있고 또 어디론가(미래)로 흘러갈 것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앞당기는 것을 통해서 현재를 다시 극복하려는 힘을 지닌 주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현재는 과거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자, 다시 미래를 위해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된다. / 조재연
9/14 「원은 회전하는 점」_박영준, ⟨곰곰⟩
9/15 「모든 것은 흘러내린다 1」_이해민선, ⟨봉우리⟩
9/16 「모든 것은 흘러내린다 2」_정희승, ⟨큰 폭포⟩
9/17 「반복이 아니라 번복」_박영준, ⟨패턴 16⟩
9/18 「하지만 몇 시인가요」_고현정,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