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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상근은 일상의 관성을 그린다. 일상 혹은 삶의 의미에 대한 골치 아픈 질문을 작가는 존재에 대한 찬가로 돌파한다. 그의 회화는 늘 거리 어딘가에 있다. 여기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둘기가 도로를 거닌다, 카트가 쓰러진다, 눈이 날린다, 타올이 마른다, 당근이 썩어간다…, 그렇게 일상은 반복된다. 작품은 반복의 발견이고, 그 발견은 또 다른 발견을 더해 나가면서 ‘이러한 존재 형식은 어떤가’라는 제안이 된다. 우리는 일상의 어느 한구석을 노려볼 때 특별함과 만나고, 오늘을 어딘가의 비극과 비교한다면 하루의 소중함을 더욱 깨달을 수 있다. 신앙으로 비롯된다면 아름다움은 끝이 없을 테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당연해서 예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호상근의 회화가 당연했던 적은 없다. ‘일상에는 의미가 있는가, 의미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작가가 준비한 대답은 이것뿐이다. 질문의 층위를 삶이 아니라 존재로 바꾸면, 존재가 긍정되는 데에는 의미는 필요치 않다. 존재하니까, 계속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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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상근: 베를린 표류기
오에이오에이갤러리, 호상근 5년 만의 개인전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채집하는 화가 호상근.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호상근재현소’를 통해 모집한 타인의 이야기 등 보통의 삶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해 왔다. 그가 개인전 《호상근 표류기 2023: 새, 카트, 기후》(11. 10~12. 23 오에이오에이갤러리)를 열고 회화 29점을 공개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작가가 이방인의 눈으로 거리에 숨은 이질적 존재를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