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영원을 포기하지 않기_알랭 바디우: 사랑예찬

표지 삽화_알랭 바디우, 『사랑예찬』 조재룡 옮김, 길,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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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해결해주는 데 늘 주선에 나섰던 변증법도 죄의 부피를 구할 순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았을지 모른다. 이별을 지으면서 나는, 늘 그 말에 가책받아야만 했다. 그때의 말이 거짓이었냐는 상대의 추궁 앞에서 대꾸는 항상 주춤거렸다. 그 추궁에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그때는 진심이고 진실이었다 하고 싶었지만, 아뿔싸 ‘그때’라는 말과 ‘영원’이라는 말은 도통 섞이지 않았다. 영원이란 것은 결국 순간의 진심을 무척 강조하기 위해서 ‘너무’라는 부사를 갈음하고자 등장한 수사에 불과했을까. 인간은 다른 사람과 살아가기 전에 스스로와 살아가야 한다. 유한한 존재가 영원이란 말을 꺼냈을 때, 스스로에 대하여 전부 파악할 수 없을 작은 신체가 진심이란 말을 꺼냈을 때, 그 말은 인간에게 영원이란 개념으로 할당된 ‘영혼’을, 그리고 실재라는 개념으로 할당된 ‘생’을 건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영혼과 생을 건넨 말이 거짓이라면 그땐 정말 ‘나’와 살아가기가 힘들었고, ‘나’로 살아가기가 힘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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