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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효력은 결산 후에야 나타나는 법이다. 그러나 모두가 결산이 마쳐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헌법에, 주권이 국민에게 있지 않다고 명시된 것은 아니었다. 시대가 함유한 피의 농도와 관계없이, 주권은 처음부터 국민에게 있다고 전해졌다. 신체의 자유도, 양심의 자유도 모두 처음부터 그곳엔 완고하게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헌법으로도 권력은 자유의 본질부터 부차적인 것까지 모두 다스릴 수 있었다. 거기에는 결산이 필요했다. 충분히 지불된 적 없었기에 발휘된 적 없던 시대의 효력은, 한 발의 총성과 한 움큼의 농성으로, 후불로써 처리되고 나서야 발휘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시대가 곧바로 이행된 것은 아니었다. 외려 두 개의 시대가 공존하기 시작한다. 영웅이 죄인으로 전락하는 일과 동시에 죄인의 추도식이 현충원에서 열리는 것은 그런 풍경이다. 여직 결산이 필요한 까닭이다. 결산에 가장 먼저 나서는 것은 아니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결산을 마치는 것은 예술의 일이다. 안동일의 ⟪오발탄⟫이 이미 낡아 바스락거리는 풍경을 현재의 시점으로 담음이란 그런 일인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