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인컬처』 2025년 7월호

한국 하이퍼리얼리즘 2세대 강강훈. 작가는 초상화에 바니타스적 요소를 결합해 감정, 기억, 정체성 등 인간의 내면을 탐색해 왔다. 그의 개인전(5. 16~7. 13)이 조현화랑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메타포’를 주제로 삼은 신작 8점을 선보였다.
◼︎ 『아트인컬처』 2025년 7월호
한국 하이퍼리얼리즘 2세대 강강훈. 작가는 초상화에 바니타스적 요소를 결합해 감정, 기억, 정체성 등 인간의 내면을 탐색해 왔다. 그의 개인전(5. 16~7. 13)이 조현화랑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메타포’를 주제로 삼은 신작 8점을 선보였다.
◼︎ 『아트인컬처』 2025년 5월호
젊은 화가 임노식이 개인전 《선산》(4. 9~5. 4)을 열었다. 가족묘가 놓인 여주의 선산을 배경으로 신작 17점을 선보였다. 임노식의 회화는 늘 선산에서 시작된다. 태어나고 자란 마을이자 가족의 무덤이 놓인 땅. 작가는 매 주말이면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기 위해 선산을 오갔고, 작업의 씨앗이 될 장면을 모았다. 선산은 작가는 물론 작품에게도 하나의 고향이다. 그러나 노스탤지어가 출발점이 될 순 있어도 본질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정적일지 모르겠지만, 내게 농촌은 생성적인 공간임이 틀림없다. 30여 년간 여주는 끊임없이 변했다. 산은 깎이고 사람들이 사라졌으며, 그곳을 외국인 노동자가 와 채웠다. 건물 몇 채가 오르내리는 변화가 아니라 지형과 인간이 뒤바뀌는 격변. 그게 날 움직였다.”
◼︎ 『아트인컬처』 2025년 4월호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는 것’이다. 렌즈는 타인을 응시하는 대신, 그와 함께 머문 감각을 기록한다. 이미지는 한순간의 얼굴이 아니라, 그 낯을 마주한 침묵과 호흡, 감정의 진동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나아가 보는 일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과 닮아있다. 천경우의 사진이 그렇다. 그의 사진은 이미지의 형상보다 시간의 흐름을, 재현보다 감응의 자취를 담아낸다. 작가는 흔히 사진에서 요구되는 명료한 형상을 의도적으로 감춘다. 그러나 장노출이 시현하는 육체의 미세한 떨림, 네거티브로 포착되는 어둠 속 잔영, 밀착된 피사체 사이에 형성되는 내밀한 관계… 일상의 육안으로 미처 감지하지 못한 존재들이 사진이라는 경청 아래에서 비로소 현현한다. 그리고 이 경청을 논하려면 천경우가 보여주는 감춤과 드러냄의 섬세한 균형에 대해 말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경청이 목소리를 잃은 이들, 즉 소외된 존재를 향해왔다는 점이다. 때로 가장 고요한 사진이 가장 뜨거운 목소리를 품는다. 천경우의 사진은 지난 삼십여 년 동안 바로 그 일을, 그것도 아주 철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펼쳐왔다. 작가는 최근 팔마 카살소예릭(Casalsolleric)과 롯데갤러리 잠실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대표작과 함께 최근에 발표한 전시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 『아트인컬처』 2025년 2월호
2025년 국내외 전시 기상도를 펼친다. ‘핫 키워드’와 ‘핫 플레이스’로 테마를 나눠 놓치면 안 될 주요 전시를 리스트업했다. 올해 글로벌 아트씬을 이끌어 갈 의제와 담론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미술공간이 그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가. 먼저 ‘핫 키워드’에서는 유수의 미술기관과 갤러리의 예정 전시를 스크리닝하고, 동시대성을 반영한 키워드 6개를 선정했다. 그 열쇳말은 생태주의 테크놀로지 아트액티비즘 탈식민주의 우먼파워 LGBTQ+.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연대를 모색하는 개념이다. 컨템퍼러리아트의 맥락에서 각 키워드를 해설하고, 이를 반영한 대표 전시의 알짜 정보를 압축했다. ‘핫 플레이스’에서는 전 세계 주요 예술공간의 좌표를 집대성했다. 국내외 미술관의 대형 기획전부터 비엔날레, 미술축제, 아트페어, 한국 미술 해외전, 지역 미술씬, 미술관 개관 소식까지 다채롭게 모았다. 여기에 테마별 전시를 타임 테이블로 정리해 한 해의 동향을 한눈에 담아냈다. 새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예술의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으로 함께 떠나자! /
◼︎ 『아트인컬처』 2024년 3월호
오는 4월, 2024년 국내 미술시장의 향방을 판가름할 세 아트페어가 열린다. 화랑미술제(4. 3~7 코엑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4. 11~14 벡스코, 이하 BAMA), 아트오앤오(4. 19~21 세택)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역시 불황이 이어지리라는 전망 아래 각 아트페어는 아이덴티티 강화로 돌파구를 찾는다. 도약의 계절. 화랑미술제, BAMA, 아트오앤오는 과연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 『아트인컬처』 2023년 10월호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채집하는 화가 호상근.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호상근재현소’를 통해 모집한 타인의 이야기 등 보통의 삶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해 왔다. 그가 개인전 《호상근 표류기 2023: 새, 카트, 기후》(11. 10~12. 23 오에이오에이갤러리)를 열고 회화 29점을 공개했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작가가 이방인의 눈으로 거리에 숨은 이질적 존재를 포착했다.
◼︎ 『아트인컬처』 2023년 2월호
배윤환은 사회 부조리를 우화 기법으로 화폭에 펼친다. 자본주의, 환경 파괴, 지역 이기주의 등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작가의 직간접적 경험과 결합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왔다. 자칫 무거워 보이는 주제지만 그의 그림은 진지함과는 거리를 둔다. 캔버스에는 금방이라도 동화책에서 튀어나올 듯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토끼와 코알라, 북극곰, 늑대 등 의인화된 캐릭터는 주제를 유쾌하고 쉽게 전달하는 매개체다. 그리고 이러한 화법 저변에는 배윤환만의 풍자와 해학이 깔려있다.
하이데거는 ‘눈앞에 있음(Zuhandensein)’으로써 현전하는 존재와, ‘손안에 있음(Vorhandensein)’으로써 도구화된 존재를 구별했다. 사물이 도구적 용도로 파악되는 한 존재는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다. 가령 대리석을 재료 삼은 조각은 대리석 계단이 감춰놓은 것을 드러낸다. 일상에서 대리석 계단은 통속적인 부유함의 이미지로 보인다. 그러나 대리석 조각은 작품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었던 물질의 현전을 보여준다.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하이데거는 그렇게 고흐의 구두가 신체의 보호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제 입으로 대지를 발음한다고 적었다. 이 순간 사물은 더 이상 작품 이해를 돕기 위한 출발점으로 남지 않는다. 외려 작품이 사물을 이해하는 장소가 된다. 이 전환은 단순히 예술적 사건을 넘어 우리를 일상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러나 작품이 된다고 해서 언제나 사물이 자유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서술에서 생략된 점이 있다면, 사물이 용도라는 ‘식민’ 상태에서 벗어날 때 동반된 지난한 투쟁 과정이다. 이런 점에서 영배의 작품은 그 투쟁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사진은 작가의 개인전 <프로-포즈>(11. 6~27 사가)에 출품된 <하나의 의자 두 개의 다리 세 개의 동그라미>다. 낡은 표면엔 스스로의 용도를 폐기하기 위해서 분주했던 학대에 가까운 투쟁이 포괄돼 있다. 그가 이제껏 편의를 순순히 제공한 것은, 그로써 자신을 가학해 창조자가 부여한 소명(기능)과 갈라서기 위해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역모에 권위를 잃는 첫 번째 인간이다. 단 한 번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피사체를 놓치는 사진사는, 자신의 무능으로 사물의 독립에 기여한다. 쓸모의 박해를 피해 구르고 질주하며 의자는 비로소 용도로 가득 차 눈먼 세계에 혀를 굴려 침을 뱉는다. 영배가 카메라를 들고 장소를 찾는 동안 의자엔 누구도 앉지 않았고, 치워지지도 않았다. 저 현전하는 존재를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그는 이제 세계를 발음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말을 잃었다.
참조
진은영, 「선행 없는 문학」, 『문학의 아토포스』, 그린비, 2014, pp.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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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인컬처』 2022년 10월호
화가 경현수의 개인전 <매직 램프(Magic Lamp)>(9. 16~10. 8)가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렸다. 점, 선, 면 등 도형 이미지로 구성한 회화 19점과 조각 6점, 총 25점의 신작을 공개했다. 작가는 정동과 깊이, 마티에르, 운동 등 추상의 난제를 실험하는 화법으로 새로운 기하학적 추상에 접근했다.
◼︎ 『아트인컬처』 2022년 7월호
노순택은 분단 체제가 야기하는 ‘파열음’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그가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검은 깃털》(6. 22~7. 17)을 개최했다. 역광을 이용한 사진 19점을 선보였다. 5년 만에 신작 발표지만, 작가는 그동안 사회, 정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뜨거운 현장에서 어김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규탄 텐트 농성,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투쟁,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건립 운동 등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 작업 역시 이러한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