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자연의 강림_강명희: 방문

◼︎ 『아트인컬처』 2025년 3월호

〈동백계절〉 캔버스에 유채 240×315cm 2018

한국과 프랑스를 무대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원로 화가 강명희. 그의 개인전 〈방문 Visit〉(3. 4~6. 8)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된다. 강명희의 작품 활동 60여 년, 그 빛나는 발자취를 돌아본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시기와 주제로 나눈 대표작 150여 점을 공개한다. 강명희는 시적 정취를 머금은 풍경화로 ‘존재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다. 남극, 고비사막, 파타고니아 등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로 홀연히 떠나, 눈앞에서 본 생생한 풍광을 화면에 펼친다. 유랑자의 태도로 자연을 향해 적극적으로 발을 내딛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회화다. 작가의 붓끝에서 피어난 자연의 결과 겹, 리듬, 패턴, 울림…. /

풍경, 자연의 강림_강명희: 방문 더보기

불가피하게 누군가의 적_임동식: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2020. 8. 19~11. 22 서울시립미술관) 포스터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으면 화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 최규석, 『송곳』 2권(2015)에서

1
초록 사과가 한두 개씩 떨어지는 일은 발붙인 존재들의 숨을 멎게 하기 위한 것. 달이 창백한 것은 짐승의 안광을 번뜩여 적당한 피부를 오리려는 출혈의 산물이기 때문. 인간의 피가 붉은 것은 자연엔 초록밖에 존재하지 않기에. 수명壽命의 끝에서 땅이 굶주림을 채우고, 그 굶주림이 시간에 따라 이뤄지지 않을 때면 부러 재해 같은 상사喪事를 지어낸다. 이 독을 찬 묘사는 자연을 향한 것이다. 오만한 인간은 자연의 일이 인간을 양육하고자 행해진다 여기어 그들의 과실만을 취하려 하고, 조금이나마 지혜를 얻은 인간은 자연의 악은 장막으로 감추고, 그 자애만을 기억한 채 교류에 나서려 하겠지만, 이 중 어느 입장으로도 자연의 존엄은 발생하지 않는다. 자연의 존엄을 바라는 일은 도무지 자연의 악을 강조할 때 그래서 그들이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 여겨질 때 가능하다고, 나는 조금씩 생각해 보고 있다. 아름답지도, 생기로 멋 부려지지도, 인간을 껴안을 너른 품을 자랑하지도 않는, 임동식이 그린 자연을 보고선 그곳에 초조히 목을 내놓고 기다리는 인간을 발견한다. 반성은 인간의 버릇. 더는 그것에 흔들리지 않으니 으름장. 그걸 써야만 한다.

불가피하게 누군가의 적_임동식: 일어나 올라가 임동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