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 이것은 당신을 위한 종말 2_손배영: 사소한 완강함을 위한 쇼룸

손배영, <제자리에 있거나 제자리가 아닌 것들의 위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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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이도 사랑받은 이도 결국 파멸로 끝을 맺는, 구원이라고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비제의 <카르멘>에서 니체는 완전하게 구원된 무언가를 찾아내 소리 낸다. 그것은 다른 모든 인물들이 파멸했기에 오히려 구원될 수 있었던 혹은 파멸로부터 달성된 자연적 사랑이다. “결국에는 사랑을, 자연으로 다시 옮겨진 사랑을! ‘고결한 처녀’의 사랑이 아니고! 센타의 감상도 아닌! (…) 바로 그래서 그 사랑에는 자연이 깃들어 있는 겁니다.”(『바그너의 경우』) 인간이 진행하는 사랑보다 인간의 주검 뒤에 의미만이 남은 사랑은, 그리고 의미보다 ‘자연’이 강조된 사랑에서 이러한 증명은 반드시 인간으로 구성된 주체의 역사에서 주체인 인간을 패퇴시키고, 자연(적 사랑)이란 주체의 입회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란 주체에 종속된 ‘사랑’은 비로소 …의 사랑이란 소유격을 벗어나 오롯한 의미를 되찾으며 그로부터 자연은 소생한다. 그렇게 실천에서 주체가 해소될 때, 의미는 강조되며 억압되었던 것은 부활하거나 회생回生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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