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국내 최고 마켓 아시아로, 세계로!

키아프 서울 2022 하이라이트

2018년 키아프 전경

키아프는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다.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아트씬과 교류해 미술시장을 활성화할 목표로 2002년 출범했다. 키아프 서울의 전신은 1996년 개최된 서울국제미술제다. 당시 한국은 외국 화랑의 국내 진출을 골자로 한 미술시장 전면 개방을 1년 앞두고 있었다. 이에 미술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서울국제미술제가 선제적으로 마련됐다. 이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맞아 키아프로 행사를 확장해 부산 벡스코에서 론칭했다. 2회부터는 개최 장소를 서울로 옮겨 현재까지 코엑스에서 진행하고 있다. 키아프가 출범 초기에 봉착한 과제는 ‘국제화’였다. 글로벌 아트페어의 형식을 내세운 만큼 해외 갤러리 유치가 시급했다. 이를 위해선 국내 마켓이 해외 갤러리가 진입할 만큼 시장성을 갖추고 있는지 입증해야 했다. 키아프는 해외 활동이 활발한 작가를 적극 내세웠다. 1990년대는 백남준 이불 고영훈 김홍주 서도호 조덕현 김수자 이상남 등이 국제적으로 각광받는 시기였고, 함섭 전광영 정광호 함진 김동유 홍경택 등이 국제 아트페어와 경매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었다. 블루칩 작가의 출전으로 해외 갤러리에게 키아프와 한국 미술시장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또한 확장세가 이어지던 아트마켓 규모도 효과적인 유인책이 됐다. 당시 국내 갤러리는 불투명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찰제를 확장해 나갔고, 1998년 처음 설립된 옥션은 2002년에 900억 이상의 판매액을 달성하며 수익성을 공고히 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키아프는 첫 회에 7억 원의 판매 성과를 기록했고, 2007년까지 매해 약 2배씩 상승하며 고공행진을 이어나갔다. 그만큼 키아프는 해외 갤러리에게 잠재력이 큰 블루오션으로 비쳤다. 키아프가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페어로 자리 잡은 데는 기획력 역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트페어는 작품 거래는 물론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짚고, 가능성을 진단하는 미술프로젝트인 만큼 테마와 전시 구성이 핵심이다. 키아프는 특별전을 이용해 기획의 완성도를 더했다. 한·중·일 대표 작가를 섭외한 2002년과 2003년 특별전 <동방의 빛> 시리즈는 동아시아 미술의 향방을 가늠하는 자리였다.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흡한 동아시아 미술의 로컬리티를 모색하고, 예술성을 알렸다. 동시대 미디어작품을 한데 모은 2004년과 2005년 디지털아트 특별전은 다변화하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살피는 전시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2007년과 2008년 특별전은 해외 작가에 의존한 기획에서 벗어나 국내 작가를 조명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Something Mr. C Can’t Have>(2007)전은 신진 작가, <달의 정원>(2008)전은 중견 작가를 소개했다. 일부 블루칩 작가뿐 아니라 한국 작가를 전방위적으로 다뤘다. 한국 미술의 세계화라는 키아프의 목표가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이후에도 조각, 추상, 행위예술, 인터렉티브아트와 같은 다양한 장르와 담론에 접근하는 특별전으로 기획을 확장해 갔다.

키아프가 출범한 2002년부터 20년간의 판매 및 방문객 규모 그래프. 2007년, 2014년, 2021년의 급성장이 눈에 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뷰잉룸을 개최했다. 당해 온라인 방문객은 36,708명으로 집계됐다. 판매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키아프가 신규 국제 아트페어로서 안정화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루는 단계였다면, 이후는 질적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시기였다. 2007년 미술시장은 최고의 호황을 맞이했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주요인이었다. 세계 경제가 순항하는 상태에서 국민 총소득이 2만 달러, 코스피 2,000포인트를 넘어서자 문화 수요로 낙수 효과가 발생했다. 미술품에도 투자 개념이 확립되면서 호황에 불을 지폈다. 컬렉터뿐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도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주요 옥션의 낙찰 총액은 1,944억 원으로 2006년과 비교해 239% 늘어났고, 경매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52% 상승으로 불장을 보였다. 같은 해 고점으로 본 미술시장 규모는 4,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2007년 키아프 역시 전년보다 배로 커진 규모로 총거래액이 175억이 넘는 초대형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춤추는 미술시장, 추락과 반등

그러나 호황은 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각 정부는 긴축 정책으로 자금 유동성을 약화했고, 유동성 증가를 호황의 불씨로 삼았던 미술시장은 침체와 하락을 반복했다. 키아프 역시 이러한 역습을 피하지 못했다. 2008년 키아프는 전년 대비 방문객 4,000명, 판매액 35억 원이 감소했고, 2010년 키아프 역시 2009년 대비 5,000명, 4억 원의 매출 감소를 겪었다. 키아프는 이러한 상황에서 줄어드는 판매 규모를 방어하기보다는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먼저 심사 기준을 높여 대책 없이 증가하던 참여 화랑 수를 조절했다. 호황에 힘입어 2008년 출전 갤러리는 218개까지 늘었지만, 이후 2022년까지 평균 170개 정도로 유지됐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2009년에는 전년 대비 50개가 줄어든 168개 화랑이 출전했고, 2012년에는 192개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3년에는 183개로 다시 그 숫자를 조정했다. 2017년에는 167개 갤러리가 참여할 만큼 심사가 엄격하게 진행됐다. 동시에 참여하는 해외 갤러리 수준은 끌어올렸다. 뉴욕 페이스갤러리, 데이비드즈워너, 파리 페로탕, 베이징 탕컨템포러리, 홍콩 화이트스톤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가 키아프에 합류했다. 올해 키아프 참가 화랑 수는 164개로 여전히 엄격한 심사 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1년 키아프를 방문한 컬렉터의 연령대를 조사했다. 신규 컬렉터층으로 주목받는 40세 이하 MZ세대가 52.8%를 차지했다. 방문한 MZ세대 중 작품 구매율은 18%로 10명중 2명꼴로 구매를 했다.

또한 주빈국 프로그램 도입 역시 키아프의 질적 향상에 이바지했다. 주빈국이란 일부 선정 국가 갤러리의 부스, 체재, 기획 등을 지원하는 제도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됐다.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인도 영국 호주 라틴아메리카 독일 일본 대만이 참여했고, 각 주빈국은 자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특별전을 꾸려 키아프의 질적 개선에 도움을 주었다. 주빈국 제도는 아트페어의 다양성을 높이고, 해외 아트씬과 교류를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조치는 2014년에 큰 성과로 나타났다. 당해 키아프는 역대 최다 8만 8천여 명 방문객, 23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역대급 호황이었던 2007년과 비교해 방문객 35%, 판매액 31%가 증가한 수치였다. 해외 갤러리 역시 전년 대비 7개국이 늘어난 22개국이 참여해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러한 여파에는 키아프 내부의 질적 향상도 있었지만, 단색화 열풍을 계기로 반등한 미술시장 분위기도 작용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의 단색화>전을 시작으로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 정창섭 등의 작품이 재조명되었다. 프리즈, 피악, 베니스비엔날레, 아트바젤 등 세계 곳곳에서 한국 단색화가 주목받았고 이러한 관심이 키아프 최대 흥행으로 이어졌다.

2019년 시작된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졌지만, 미술시장은 반대로 재호황을 맞았다. 경기 부양 정책으로 통화량이 증가했고,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유동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흘러들었다. 또한 쾌락 소비와 리벤지 쇼핑의 트렌드를 따라 미술품이 대체 투자처 및 사치재로 여겨지는 풍조가 생겨났다. 직장인 컬렉터뿐 아니라 20대도 작품 구매에 뛰어들어 MZ세대 컬렉터가 부각됐다. 2019년 키아프는 2014년 성적에 근접한 8만 2천 명 방문객과 판매액 310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키아프는 방역 조치로 온라인에서만 개최했고, 3만 6천 명의 방문객이 집계됐다.

최근 4년 동안 미술시장 규모 통계. 2022년 상반기까지 약 5,329억 원으로 추산됐다. 하반기까지 더하면 올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2021년 키아프는 2007년과 2014년 흥행을 뛰어넘는 역대급 성과를 달성했다. 9만 5천 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고, 2014년 성적에 세 배에 가까운 650억 원의 판매액을 거뒀다. 이러한 결과엔 프리즈 서울과 동시 개최되는 올해 키아프에 대한 기대도 반영됐지만, 무엇보다 아트페어에 대중성이 확보된 점이 큰 원동력이었다. 아트페어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높은 교육, 기획전, 캠페인 진행으로 컬렉터는 물론 미술에 관심을 두는 대중에 전방위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문화 예술산업의 현황, 포스트디지털 시대, 아트메타버스 등 대중의 눈높이와 관심을 고려한 공개 강연으로 문턱을 낮췄고,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도슨트 프로그램으로 작품 구매 이전에 작품 감상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도왔다. 과열된 투기 양상에 휘둘리는 흥행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자생적인 미술시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힘썼다.

아시아 1위 미술시장을 향해

올해 키아프는 프리즈 서울과 동시 개최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심이 높아진 만큼 참가 신청이 급증했지만 엄격한 심사로 작년보다 부스 수를 줄였다. 출품작의 시장성뿐 아니라 전시 기획력, 작가 발굴 및 지원 등 갤러리가 갖춘 역량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는 국제, 가나아트, 금산, 제이슨함, PKM, 학고재, 현대 등이, 해외에서는 에스더쉬퍼, 페로탕, 페레스프로젝트, 화이트스톤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와 함께 신진 갤러리와 NFT아트에 초점을 맞춘 키아프 플러스(9. 1~5 세텍)가 론칭될 예정이다. 이번 키아프는 특히 솔로 섹션에 집중했다. 백아트, 이배, 지오피, 미국 메이크룸, 일본 SH갤러리 등 16개 부스는 오직 한 작가만 출품해 개인전 형태로 부스를 꾸린다.

키아프 20년의 역사는 국제 아트페어로서 위상 확보와 양적 성장을 도모했던 전기와, 시장 침체 이후 질적 혁신을 거듭했던 후기로 나눌 수 있다. 국내외의 다른 아트페어와 비교했을 때 키아프의 가장 큰 특징은 상업성과 공익성 사이의 균형이다. 키아프는 ‘마켓의 미술관’을 꿈꾼다. 블루칩 작가와 유수 갤러리를 유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신진 작가를 조명하고, 미술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특별전은 부스전과 맞물려 행사의 볼거리를 늘리면서도 근현대미술의 종단면을 소개하고 새로운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 키아프는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어 온 주역이다. 최근 팬데믹의 출구 전략으로 유동성을 약화하는 긴축 정책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키아프의 문화적 위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키아프에 낙관론이 지속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트인컬처』 2022년 8월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