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희망이란 말은 간신히 남아 그 희망이란 말 때문에 다 놓아버리지도 못한다, 희망이란 말이 세계의 폐허가 완성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그렇게 김승희 시인은 희망이 외롭다고 쓴다. 희망은 좀처럼 드물게만 놓여있어서 외롭고, 또 그것 때문에 맘 편히 망가져버리지도 못해 외롭다는 것. 그래서 비로소 광장이 된 거리가 제공해주는 것은 징후나, 미래따위의 낱말이 아니라 차라리 절망같은 희망이다. 광화문 끝까지 희망은 드물고, 드물게라도 있어 누구도 맘껏 기대하지도, 맘껏 절망하지도 못하는 어딘가 얹힌 것 같은 낯으로 우리는 서있어야 한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낱말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살리려는 것은 그것이 앞으로의 좋은 일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꺼이 낯들은 희망을 마련하고자 ‘지날’ 시간에 헌신한다. 그렇게 시인의 끝맺음대로 기꺼이 “희망은 종신형이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