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오테로: 노스탤지어의 바다

하우저앤워스 홍콩, 엔젤 오테로 개인전

〈The Sea Remembers〉 캔버스에 유채, 패브릭 콜라주 213.4×152.4cm  2023

평론가 르네 웰렉(René Wellek)은 비평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먼저 내재적 관점은 작품 내부 요소를 중점으로 콘텍스트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묘사, 서사, 기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편 외재적 관점은 작가의 삶과 작품에 반영된 사회 구조, 감상자가 받는 영향을 고려한다. 이 셋은 각각 표현론, 반영론, 효용론으로 불린다. 관점이 더해질 때마다 작품이 지닌 의미는 입체적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읽는 해석의 차원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깊이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엔젤 오테로(Angel Otero)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젊은 화가다. 그가 하우저앤워스 홍콩에서 개인전 《The Sea Remembers》(6. 1~7. 29)를 열었다. 고향 바다의 추억을 초현실적 장면으로 변주한 신작 10점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작가에 대한 표피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엔젤 오테로의 그림은 네 개 차원을 관통한다. 그 깊이를 살피지 않고서야 작가의 그림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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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순: ‘무용지용’의 멋!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유은순 기획전 《오프-타임》

유은순 기획 《오프-타임》(6. 8~7. 5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전시 포스터

큐레이터 유은순의 전시는 늘 사회의 ‘정상성’과 싸워왔다.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소수자의 현실이 문제의식이었다. ⟨틱-톡(온수공간 2019)전은 만성 질환자의 관점에서 ‘건강한 몸’을 기준으로 편성된 사회를 돌아봤고, ⟨사이드-워크⟩(윈드밀 2021)전은 신체, 사회적 조건에 따른 이동권 차별과 팬데믹을 계기로 정당화된 타자 혐오를 꼬집었다. 《오프-타임》(6. 8~7. 5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두 전시를 이은 3부작 기획의 마지막 순서다. 강민숙 배윤환 이민선 홍정표 SW기획 총 5인(팀)이 조각, 영상, 설치 등 10점을 선보였다. 지난 기획전이 질병에서 도시로 주제를 확장했다면, 이번 전시는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겨냥했다. 효율성을 원리로 이윤을 낳지 않는 모든 가치, 행위를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가 그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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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21: 평론가 이일을 잇다

스페이스21, 개관전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전 전경 2023 스페이스21

미술평론가 이일(1932~97).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불모지에서 미술비평의 개념을 정립한 1세대 비평가로 손꼽힌다.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이일의 장녀 이유진이 서초구 반포동에 스페이스21을 개관하고, 개관전으로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5. 10~6. 24)을 열었다. 1970년대 AG그룹에서 이일과 함께 활동한 김구림 박석원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이승조 이승택 최명영 하종현 등 9인의 작품으로 이일의 비평 세계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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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새: 마음의 색과 모양

갤러리ERD, 김참새 개인전 《영향의 피로》

김참새 개인전 《영향의 피로》(4. 6~30 갤러리ERD 서울) 전시 포스터

김참새는 내면의 언어를 색과 형태로 번안한다. 회화와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무형의 감정을 미술이라는 그릇에 담아왔다. 그가 최근 갤러리ERD에서 개인전 《영향의 피로》(4. 6~30)를 열고 ⟨Mask⟩, ⟨Nothing⟩ 연작 등 총 22점의 회화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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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환: 야생의 ‘낭만주의’

갤러리바톤, 배윤환 개인전

배윤환 〈건드릴 수 없는 토끼〉 캔버스에 아크릴릭 53×46cm 2022

배윤환은 사회 부조리를 우화 기법으로 화폭에 펼친다. 자본주의, 환경 파괴, 지역 이기주의 등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작가의 직간접적 경험과 결합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왔다. 자칫 무거워 보이는 주제지만 그의 그림은 진지함과는 거리를 둔다. 캔버스에는 금방이라도 동화책에서 튀어나올 듯한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토끼와 코알라, 북극곰, 늑대 등 의인화된 캐릭터는 주제를 유쾌하고 쉽게 전달하는 매개체다. 그리고 이러한 화법 저변에는 배윤환만의 풍자와 해학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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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현수: 기하적 추상의 ‘온기’

이유진갤러리, 경현수 신작 개인전 《매직 램프》

경현수 ⟨Magic Lamp⟩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130.3cm 2022

화가 경현수의 개인전 <매직 램프(Magic Lamp)>(9. 16~10. 8)가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렸다. 점, 선, 면 등 도형 이미지로 구성한 회화 19점과 조각 6점, 총 25점의 신작을 공개했다. 작가는 정동과 깊이, 마티에르, 운동 등 추상의 난제를 실험하는 화법으로 새로운 기하학적 추상에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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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 실루엣의 정치학

학고재갤러리, 사진가 노순택 개인전 《검은 깃털》

노순택 ⟨검은 깃털 #CHL0701⟩ 아카이벌 잉크젯 피그먼트 프린트 108×162cm 2017

노순택은 분단 체제가 야기하는 ‘파열음’을 사진으로 포착한다. 그가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검은 깃털》(6. 22~7. 17)을 개최했다. 역광을 이용한 사진 19점을 선보였다. 5년 만에 신작 발표지만, 작가는 그동안 사회, 정치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뜨거운 현장에서 어김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규탄 텐트 농성,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김진숙 복직 투쟁, 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건립 운동 등 연대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카메라를 들었다. 이번 작업 역시 이러한 현장에서 느낀 문제의식의 연장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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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정옥: 자이니치, 표백된 제국

갤러리Q, 리정옥 개인전 《기호의 나라》

<올림피아> 패널에 먹, 아크릴릭, 디지털 프린트 220×360cm 2019

재일조선인 3세, 여성, 헤이세이 세대, 작가 리용훈의 딸. 그러나 이 중 어떤 규정도 거부해온 리정옥이 두 번째 개인전 <기호의 나라>(5. 17~22 도쿄 갤러리Q)를 열었다. 2018년 한국에서 선보인 첫 단체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이산을 넘어>(경기도미술관)에 소수자로서 개인적인 고민을 풀어냈다면, 신작은 구조와 정체성 문제로 관점을 확장했다. 성모 마리아, 이브 등 고전 회화의 도상을 인용했던 전작과 다르게 이번 신작에는 백두산, 후지산, 후쿠시마 바다, 방호복, 양복, 저고리, 히노마루 등 국가와 민족 관련 상징물이 주요 대상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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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쳉: 디지털 창세기, 게임과 AI의 만남

리움미술관, 이안쳉 개인전

〈사절, 완벽을 향해 분기하다〉 라이브 시뮬레이션, 스토리, 사운드 무한 길이 2015~16

이안쳉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가상 세계를 창조하는 미디어아티스트다. 게임 엔진과 AI 기술을 이용해 인간 의식에 접근하고, 주체와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탐구해 왔다. 작가의 손을 떠난 후에도 프로그램은 스스로 서사와 사물을 발생시키면서 그야말로 디지털 ‘창세기’를 써내려 간다. 그의 개인전 〈세계건설〉(3. 2~7. 3 리움미술관)이 열리고 있다. 쳉의 작업 세계를 대표하는 〈사절〉 삼부작과 애플리케이션 연동 작업 〈BOB(Bag of Beliefs)〉, 리움미술관과 함께 제작한 애니메이션 〈BOB 이후의 삶: 찰리스 연구〉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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