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인: 사랑, 희비의 파랑

아트사이드갤러리, 최수인 개인전

〈Three clouds〉 캔버스에 유채 60.6×60.6cm 2023

최수인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자연에 녹여 풍경화를 그린다. 그가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 《He Gives Me Butterflies. 사랑》(9. 1~10. 7)을 열었다.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빚는 진실과 거짓을 주제로 신작 2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작업 초기부터 관계에서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의 긴장을 형상화해 왔다. 이번 전시가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계를 ‘사랑’으로 구체화했다는 것. 이전까지 특정한 상황을 명시하지 않고 주체와 타자의 보편적인 불화를 간접적으로 비췄다면, 신작에서는 포옹, 입맞춤과 같은 애정 행위로 사랑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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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 FRIEZE REMATCH

키아프 & 프리즈 서울 2023 리뷰

요시토모 나라 ⟨Hey! Ho! Let’s Go!⟩ 수집한 사인보드에 아크릴릭 160×171cm 2011_키아프 오페라갤러리 출품작.

미술계를 들썩였던 글로벌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이하 키아프)과 프리즈 서울(이하 프리즈)이 두 번째 동행을 마무리했다. 코엑스에서 9월 6일 개막한 두 행사는 키아프가 10일까지 닷새간, 프리즈가 9일까지 나흘간 일정을 진행했다. 키아프는 8만 명, 프리즈는 7만 명의 입장객을 기록해 작년에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키아프는 작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가 국내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할지,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가 될지 여전히 논란인 상황에서 방문객 증가는 유의미한 변화다. 행사 종료에 맞춰 매출액을 공개해 왔던 키아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입을 닫았다. 프리즈의 판매 규모는 아예 비공개가 원칙이다. 관계자들은 양쪽의 판매 성과 모두 작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살짝 밑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즈 매출액은 6,000억~8,000억 원대, 키아프는 그 10분의 1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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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시민학교 2023 가을학기 강의 안내

서울시민예술학교 2023 가을학기 모집 프로그램
《우리는 어디서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까?》

미술 전시는 보고싶은데, 어디를 가야할지 막막한 분들, 전시가 익숙하지 않지만 미술계 전반을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서울의 전시 공간을 테마별로 훑어보는 시간에 함께해보시면 어떨까요. 조재연 아트인컬처 기자와 함께 서울의 미술관, 갤러리, 신생공간은 어디에 있고 그 곳에서는 어떤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프로그램 일정
⠂2023.10.18.(수) ~ 11.08.(수) 19:00~21:00
(매주 수요일, 총 4회 연속 과정)

신청관련
⠂기간: 10/4(수) 14:00부터 선착순 모집
⠂방법: 링크를 통한 신청 페이지 이동
서울예술교육센터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개별 신청

✽ 본 프로그램은 총 4회 연속 과정입니다.
✽ 연속 참여가 가능한 경우 신청바랍니다.
✽ 관련 문의: 02-3785-3155
✽ 문의 시간: 화-토 11:00~18:00(공휴일 제외)

엔젤 오테로: 노스탤지어의 바다

하우저앤워스 홍콩, 엔젤 오테로 개인전

〈The Sea Remembers〉 캔버스에 유채, 패브릭 콜라주 213.4×152.4cm  2023

평론가 르네 웰렉(René Wellek)은 비평의 관점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먼저 내재적 관점은 작품 내부 요소를 중점으로 콘텍스트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묘사, 서사, 기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편 외재적 관점은 작가의 삶과 작품에 반영된 사회 구조, 감상자가 받는 영향을 고려한다. 이 셋은 각각 표현론, 반영론, 효용론으로 불린다. 관점이 더해질 때마다 작품이 지닌 의미는 입체적이게 된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읽는 해석의 차원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깊이를 지녔음을 의미한다.

엔젤 오테로(Angel Otero)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젊은 화가다. 그가 하우저앤워스 홍콩에서 개인전 《The Sea Remembers》(6. 1~7. 29)를 열었다. 고향 바다의 추억을 초현실적 장면으로 변주한 신작 10점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는 작가에 대한 표피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엔젤 오테로의 그림은 네 개 차원을 관통한다. 그 깊이를 살피지 않고서야 작가의 그림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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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웹진 퐁』 대담_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조재연×엄제현의 티티카카⟩ 연재를 알립니다. 『비평웹진 퐁』에서 진행된 본 기획은 미술전문지 『아트인컬처』의 2023년 3월호 특집 「동시대미술의 뉴 웨이브: 영 큐레이터 35, 힙 토픽」에 집계된 주제와 키워드, 작품을 유람합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 혹은 『퐁』 웹사이트(www.pong.pub)에서.

❶ 테크놀로지
❷ 정체성, 인간
❸ 친환경, 매체
❹ 현실 참여
❺ 작은 이야기

유은순: ‘무용지용’의 멋!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유은순 기획전 《오프-타임》

유은순 기획 《오프-타임》(6. 8~7. 5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전시 포스터

큐레이터 유은순의 전시는 늘 사회의 ‘정상성’과 싸워왔다.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되는 소수자의 현실이 문제의식이었다. ⟨틱-톡(온수공간 2019)전은 만성 질환자의 관점에서 ‘건강한 몸’을 기준으로 편성된 사회를 돌아봤고, ⟨사이드-워크⟩(윈드밀 2021)전은 신체, 사회적 조건에 따른 이동권 차별과 팬데믹을 계기로 정당화된 타자 혐오를 꼬집었다. 《오프-타임》(6. 8~7. 5 아트센터예술의시간)은 두 전시를 이은 3부작 기획의 마지막 순서다. 강민숙 배윤환 이민선 홍정표 SW기획 총 5인(팀)이 조각, 영상, 설치 등 10점을 선보였다. 지난 기획전이 질병에서 도시로 주제를 확장했다면, 이번 전시는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겨냥했다. 효율성을 원리로 이윤을 낳지 않는 모든 가치, 행위를 쓸모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신자유주의’가 그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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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21: 평론가 이일을 잇다

스페이스21, 개관전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전 전경 2023 스페이스21

미술평론가 이일(1932~97). 그는 한국 현대미술의 불모지에서 미술비평의 개념을 정립한 1세대 비평가로 손꼽힌다.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이일의 장녀 이유진이 서초구 반포동에 스페이스21을 개관하고, 개관전으로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5. 10~6. 24)을 열었다. 1970년대 AG그룹에서 이일과 함께 활동한 김구림 박석원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이승조 이승택 최명영 하종현 등 9인의 작품으로 이일의 비평 세계를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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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하나야_김인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김인혜 개인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5. 19~6. 1 갤러리TYA) 전시 포스터(디자인: 장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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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얼굴은 익사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흰 종이배처럼 발그스름한 물결 위를 떠돌며 나는 그것을 배웠다. 너의 낯설었던 낯은 눈부심으로 띄워졌다가 해석을 향해 흘러가고, 그 무게가 익숙함으로 젖어갈 때쯤 응시에서 모습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니까. 둥근 이마와 굴곡진 코, 눈동자의 깊이는 진부해진 이후 더는 낱낱이 읽히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해변으로 떠내려간 가면들이 뜨거운 모래 위에서 녹고 마침내 속살이 부드러운 점자로 솟아났을 때. 눈먼 나, 젖은 손가락으로 기쁨과 슬픔 그리고 노여움과 환희의 주름을 읽게 된다. 그리고 거기엔 더 이상 어떤 진부함도 남지 않는다. 외려 있다, 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문뿐이다. 어째서 눈은 호수가 아니고 눈인지. 내민 뺨은 밀어내기보다 어떻게 수렁처럼 나를 끌어당기는지. 균형을 잃은 낙하산처럼, 때로는 표류하는 뱃머리처럼 능선과 그것을 어르는 노을 사이에서, 제자리에서 길을 잃는 나. 이제 모든 것이 생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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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참새: 마음의 색과 모양

갤러리ERD, 김참새 개인전 《영향의 피로》

김참새 개인전 《영향의 피로》(4. 6~30 갤러리ERD 서울) 전시 포스터

김참새는 내면의 언어를 색과 형태로 번안한다. 회화와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무형의 감정을 미술이라는 그릇에 담아왔다. 그가 최근 갤러리ERD에서 개인전 《영향의 피로》(4. 6~30)를 열고 ⟨Mask⟩, ⟨Nothing⟩ 연작 등 총 22점의 회화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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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성 모래 모래_차지량: dream pop

《dream pop》(2022. 12. 1~12. 31 d/p) 아티스트 토크 ‘꿈/깸’과 ‘중얼중얼’ 전경

밤이 가장 길었던 밤. 바다를 쏟는 사막에서 지느러미가 바삭이는 붕어, 영원히 익지 않는 검은 열매를 두고 우린 별처럼 웅성거렸다. 부자가 되는 행운에 대해서 말했고, 유전을 찾느라 모래에 새긴 발자욱과 서풍에 잠긴 길을 돌이켰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진짜 아버지는 어둠 후에 잠 말고 어떤 시간이 있는지 몰랐으므로, 혹은 손톱과 머리칼 이외에 물려줄 게 없어 오늘 말한 그런 저택의 주인은 될 수 없을 거야. 부서지기 전에도 처분할 수 있는 가구, 헤어진 연인과 동시에 내쫓을 수 있는 집기로 채워진 사물의 집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허름한 가게가 문을 닫는 것만으로도 눈물짓고, 온 세상 대신 단 한 사람만을 사랑하더라도 축하해주며, 둥글게 모여 앉아 투명한 모닥불을 소리로 이룩하며 살아갈 수 있으니까. 우리가 최근에 알게 된 가장 가난한 이는 🦋였다. 그는 허구 속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 탕진하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난했다. 모래성이 어떤 모래가 되고 다시 다른 모래로, 처음이 되는 과정을 가질 뿐인 그 이름. 아름답고 반짝이지만 그 안에서 살 수 없고, 한순간 무너지며 모래로 응결한다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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