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PREVIEW & HOT ISSUE

◼︎ 『아트인컬처』 2025년 2월호

호 추 니엔 〈2 or 3 Tigers〉 2채널 CGI 비디오, 12채널 사운드 2015

2025년 국내외 전시 기상도를 펼친다. ‘핫 키워드’와 ‘핫 플레이스’로 테마를 나눠 놓치면 안 될 주요 전시를 리스트업했다. 올해 글로벌 아트씬을 이끌어 갈 의제와 담론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미술공간이 그 흐름의 중심에 서있는가. 먼저 ‘핫 키워드’에서는 유수의 미술기관과 갤러리의 예정 전시를 스크리닝하고, 동시대성을 반영한 키워드 6개를 선정했다. 그 열쇳말은 생태주의 테크놀로지 아트액티비즘 탈식민주의 우먼파워 LGBTQ+.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연대를 모색하는 개념이다. 컨템퍼러리아트의 맥락에서 각 키워드를 해설하고, 이를 반영한 대표 전시의 알짜 정보를 압축했다. ‘핫 플레이스’에서는 전 세계 주요 예술공간의 좌표를 집대성했다. 국내외 미술관의 대형 기획전부터 비엔날레, 미술축제, 아트페어, 한국 미술 해외전, 지역 미술씬, 미술관 개관 소식까지 다채롭게 모았다. 여기에 테마별 전시를 타임 테이블로 정리해 한 해의 동향을 한눈에 담아냈다. 새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예술의 풍향계가 가리키는 곳으로 함께 떠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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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찾아 ‘종만리’_이현수: 종만리

◼︎ 『아트인컬처』 2025년 1월호

이현수 〈빠빠스텔〉 종이에 파스텔 41×31.8cm 2023

이현수는 드로잉의 특성을 재해석하고 이를 입체,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하는 조형 실험을 한다. 개인적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창작 원리와 미술사적 고전을 교차하면서 ‘그리기’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최근 P21에서 그의 개인전 《종만리》(2024. 12. 14~1. 25)가 열리고 있다. ‘아버지 이종만’과의 기억을 주제로 신작 및 근작 드로잉, 조각 29점을 선보인다. 부자 관계를 중심으로 아버지의 노화와 죽음에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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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회화가 되는 시간_이은주: 서울 오후 3시

◼︎ 『아트인컬처』 2025년 1월호

이문주 〈유람선〉 캔버스에 아크릴릭 195×360cm 2009

이은주가 기획한 그룹전 《서울 오후 3시》(2024. 11. 7~12. 8 성곡미술관)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된 2000년대,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그리기’에 천착했던 9인의 작가를 통해 한국 구상미술의 흐름을 되짚는다. 강석호 김수영 노충현 박주욱 박진아 서동욱 이광호 이문주 이제가 당시 발표했던 대표작을 오랜만에 꺼내들었다. 이은주는 밀레니엄 이후 국내 구상화의 특징 세 개를 꼽아 전시의 테마로 나눴다. 개인의 일상 풍경에 주목한 ‘서울에서 그리다’, 사진의 회화적 번역을 조망한 ‘사진에서 그림으로’, 감상자의 2차 체험에 초점을 맞춘 ‘풍경 안에 그들이 있었다’ 등으로 동시대회화의 분기점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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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붕’의 미학 연대하라! 공유하라!_자카르타비엔날레

◼︎ 『아트인컬처』 2025년 1월호

아틀리에 체르마이×선 커뮤니티×오네시스 빈센트 〈Sambil Menyelam Minum Air, Eh Keselek〉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4

자카르타비엔날레가 46일간의 뜨거운 여정을 마무리했다. 자카르타의 대표 아트센터인 타만이스마일마르주키(Taman Ismail Marzuki)와 코무니타스살리하라(Komunitas Salihara), 아트콜렉티브 루앙루파(Ruangrupa)가 공동 설립한 예술학교 구드스쿨(Gudskul), 사운드 라운지 수보(Subo) 총 4곳에서 개최된 행사는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구성으로 글로벌 미술씬에 반향을 일으켰다. 거시적인 주제, 대규모 설치, 글로벌리티를 내세우며 미술축제의 규모 경쟁이 이어지는 오늘날, 자카르타비엔날레는 정반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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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대오_오민수의 설치

오민수 〈아웃소싱 미라클〉 스피커, 모터 외 혼합매체 가변크기 2020

마지막 파업 때 끝까지 싸운 이는
노조 간부가 아니라 연극반원이었다네요
― 심보선, 「예술가들」(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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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장 구태스러운 질문이 가장 전위적인 예술을 만들어낸다. 오민수의 예술이 그렇게 만들어진다고 느꼈다. 우리에게 그의 설치는 넓은 의미의 ‘참여’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옹호처럼 보인다. 화염병은 예술이 될 수 있지만, 예술은 화염병이 될 수 없다. 둘 사이의 긴장을 포기하면 예술은 사라지고 만다. 이 자명한 명제는 예술이 더는 현장을 찾지 않은 채로도 다툼을 만들어내는 완숙한 닻이 되어주었다. 구체적인 현안은 이제 예술의 대상이 아니니, 예술은 그저 실재에서 물러나 그것을 주조하는 형이상학과 싸워야 할 몫을 갖는다는 것. 건설 노동자의 분신 대신에 인간 소외를 은유하는 알레고리, 구축 당하는 빈민 대신에 폐허의 미학을 건설하는 멜랑콜리적 구성, 정부의 언론 장악 대신 어떤 표현도 가능한 초현실적 세계관의 구축…, 이들은 현안에서 물러나지만 갈음을 통해 총체성에 닿는다. 장기적으로 혁명은 이 총체성 위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우린 미술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비판이 감미롭게 들리고 가장 안전한 단어로 변모할 때, 창작은 정치를 심미화하는 데 그친다. 혁명을 노래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최종심에 다다를 때까지 예술은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가. 오민수의 예술은 여기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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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의 나날_호상근의 회화

〈화단에 식빵 두장〉 종이 위에 연필, 색연필 420×297m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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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상근은 일상의 관성을 그린다. 일상 혹은 삶의 의미에 대한 골치 아픈 질문을 작가는 존재에 대한 찬가로 돌파한다. 그의 회화는 늘 거리 어딘가에 있다. 여기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비둘기가 도로를 거닌다, 카트가 쓰러진다, 눈이 날린다, 타올이 마른다, 당근이 썩어간다…, 그렇게 일상은 반복된다. 작품은 반복의 발견이고, 그 발견은 또 다른 발견을 더해 나가면서 ‘이러한 존재 형식은 어떤가’라는 제안이 된다. 우리는 일상의 어느 한구석을 노려볼 때 특별함과 만나고, 오늘을 어딘가의 비극과 비교한다면 하루의 소중함을 더욱 깨달을 수 있다. 신앙으로 비롯된다면 아름다움은 끝이 없을 테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당연해서 예술이 아닐지도 모른다. 호상근의 회화가 당연했던 적은 없다. ‘일상에는 의미가 있는가, 의미가 있다면 어디에 있는가?’ 작가가 준비한 대답은 이것뿐이다. 질문의 층위를 삶이 아니라 존재로 바꾸면, 존재가 긍정되는 데에는 의미는 필요치 않다. 존재하니까, 계속 존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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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이여, 다시 한 번_황예지의 사진

황예지 〈마리아〉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40×60 cm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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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서정’이 있다. 서정은 이제 충분하다는 얘기다. ‘일상’이라는 터전, ‘내면’이라는 수단, ‘자연’이라는 이상을 꼭짓점 삼은 삼각형에 안착한 서정은, 더 이상 스타일이기보다 메커니즘으로서 소진된다. 주변의 사소한 존재를 돌아보고 보듬는, 그로써 진부한 하루에서 특별하고 소중한 감동을 낚아 올려 깨달음에 도달하는 서정의 논리는 미술 안에서 형식으로서 반복되거나, 혹은 미술 그 자체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다음에도 삶은 도무지 특별해지지 않는다. 서정 위에서 깨달음이 도덕적으로 선하거나 미적으로 아름답기는 쉬워도 위협적이지 않은 까닭이다. 삶의 진실은 그러니까 진리는 늘 위협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아는 진리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삶을 새로이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놔두고, 미처 자아가 눈치채지 못한 것을 발견하면 될 뿐이라며 진실로부터 물러서는 것. 그러니까 세계엔 잘못이 없고 그저 자아의 깨달음이 문제였다는 헌신적이다 못해 숭고한 반성의 점철. 이때 서정은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을 확인하고, 자아와 세계의 일체감을 향유하는 것으로써 부조리와 동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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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의 미술, 사물 스스로 그린_게리 코마린: Landscape wit a Cup

게리 코마린, 〈Cake, Stacked, Green on Blue〉 캔버스에 에나멜 패인트, 수채 129×120.5cm 2022

내 그림은 사전 구상 없이 진행된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린다. 가장 훌륭한 그림은 가장 많이 실패한 그림이다. 그림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게 되어, 화가인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할 때, 바로 좋은 상태이다. 나의 목표는 그림이 스스로 그려지는 것이다. ― 개리 코마린

개리 코마린(Gary Komarin)은 사물의 잊혀진 얼굴을 그린다. 그가 풍경에서 대상 사이의 고리를 풀어내고 느슨한 자욱만을 비출 때, 그리고 오브제의 섬세한 겹 대신 앙상한 윤곽으로서 그 낯만을 드러낼 때, 우리는 사물이 어떤 얼굴을 띄었는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대다수의 화가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무엇을 그리려고 하는지, 또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 그러나 그런 그림은 아름다움만을 간신히 거느릴 뿐 진실을 담지 못한다. 코마린 회화의 매혹은 그가 대상을 모른다고 말하는 데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을 포착했고 느꼈으며 그렸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고백. 누군가 예술이 진실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을 때, 코마린은 예술이 진실을 표현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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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트의 정체성과 현주소

◼︎ 『아트인컬처』 2024년 9월호

아트인컬처 2024년 9월호 특집 「지금, 블랙아트가 뜨겁다!」 pp.84~85.

지금, 동시대 블랙아트가 지구촌에 동시다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술계는 물론 팝컬처와 주류 미디어 등 문화 전 영역에서 아프리카(계) 아티스트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수 미술관 및 비엔날레에선 흑인 예술가의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잇따라 열렸다. 시몬 리(Simone Leigh),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 자넬레 무홀리(Zanele Muholi) 등 대가들의 개인전이 작년에 이어 각 도시를 순회 중이다. 블랙아트의 역사를 집대성하거나 장르성을 탐구하는 주제전도 빈도와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동시대 사진가를 한자리에 모은 《A World in Common》(런던 테이트모던 2023), 흑인의 초상을 디아스포라 담론과 연결하는 《When We see Us》(자이츠아프리카현대미술관 2022, 쿤스트뮤지엄바젤 2024)는 탈식민주의 철학을 시각화한 독특한 미감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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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어디에나 있다_신미경: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 『아트인컬처』 2024년 9월호

좌 · 〈페인팅 시리즈〉 2024 / 우 · 〈엔젤 시리즈〉 연작 비누, 안료, 향유 2024

‘비누 조각가’ 신미경. 작가는 비누를 주재료로 고전미술과 역사적 유물을 재현한다. 그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6. 4~2025. 5. 5)을 열었다. 기독교미술에 등장하는 ‘천사’를 모티프 삼아 조각과 회화, 드로잉 등 100여 점을 선보였다. 신미경은 비누를 매개로 존재와 소멸에 동시에 가닿는다. 사용과 폐기는 모든 사물이 겪는 과정이지만, 그중에서도 비누는 특별하다. 마모되고 사라지는 과정이 즉각 보인다. “눈앞에 있어도 ‘곧 없어질 것’ 같은 느낌. 결국 사라질 대상에 섬세한 손길을 건네는” 모순된 운명은 이번 전시에서 천사라는 허구를 만나 또 한 번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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