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미술, 사물 스스로 그린: 게리 코마린

게리 코마린, 〈Cake, Stacked, Green on Blue〉 캔버스에 에나멜 패인트, 수채 129×120.5cm 2022

내 그림은 사전 구상 없이 진행된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린다. 가장 훌륭한 그림은 가장 많이 실패한 그림이다. 그림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게 되어, 화가인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할 때, 바로 좋은 상태이다. 나의 목표는 그림이 스스로 그려지는 것이다. ― 개리 코마린

개리 코마린(Gary Komarin)은 사물의 잊혀진 얼굴을 그린다. 그가 풍경에서 대상 사이의 고리를 풀어내고 느슨한 자욱만을 비출 때, 그리고 오브제의 섬세한 겹 대신 앙상한 윤곽으로서 그 낯만을 드러낼 때, 우리는 사물이 어떤 얼굴을 띄었는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대다수의 화가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무엇을 그리려고 하는지, 또 어떻게 그리면 되는지…. 그러나 그런 그림은 아름다움만을 간신히 거느릴 뿐 진실을 담지 못한다. 코마린 회화의 매혹은 그가 대상을 모른다고 말하는 데 있다.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을 포착했고 느꼈으며 그렸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고백. 누군가 예술이 진실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을 때, 코마린은 예술이 진실을 표현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무위의 미술, 사물 스스로 그린: 게리 코마린 더보기

블랙아트가 뜨겁다! 블랙아트의 정체성과 현주소

아트인컬처 2024년 9월호 특집 「지금, 블랙아트가 뜨겁다!」 pp.84~85.

지금, 동시대 블랙아트가 지구촌에 동시다발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술계는 물론 팝컬처와 주류 미디어 등 문화 전 영역에서 아프리카(계) 아티스트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유수 미술관 및 비엔날레에선 흑인 예술가의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잇따라 열렸다. 시몬 리(Simone Leigh),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 자넬레 무홀리(Zanele Muholi) 등 대가들의 개인전이 작년에 이어 각 도시를 순회 중이다. 블랙아트의 역사를 집대성하거나 장르성을 탐구하는 주제전도 빈도와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아프리카 동시대 사진가를 한자리에 모은 《A World in Common》(런던 테이트모던 2023), 흑인의 초상을 디아스포라 담론과 연결하는 《When We see Us》(자이츠아프리카현대미술관 2022, 쿤스트뮤지엄바젤 2024)는 탈식민주의 철학을 시각화한 독특한 미감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블랙아트가 뜨겁다! 블랙아트의 정체성과 현주소 더보기

신미경: 천사는 어디에나 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조각가 신미경 개인전

좌 · 〈페인팅 시리즈〉 2024 / 우 · 〈엔젤 시리즈〉 연작 비누, 안료, 향유 2024

‘비누 조각가’ 신미경. 작가는 비누를 주재료로 고전미술과 역사적 유물을 재현한다. 그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6. 4~2025. 5. 5)을 열었다. 기독교미술에 등장하는 ‘천사’를 모티프 삼아 조각과 회화, 드로잉 등 100여 점을 선보였다. 신미경은 비누를 매개로 존재와 소멸에 동시에 가닿는다. 사용과 폐기는 모든 사물이 겪는 과정이지만, 그중에서도 비누는 특별하다. 마모되고 사라지는 과정이 즉각 보인다. “눈앞에 있어도 ‘곧 없어질 것’ 같은 느낌. 결국 사라질 대상에 섬세한 손길을 건네는” 모순된 운명은 이번 전시에서 천사라는 허구를 만나 또 한 번 선명해진다.

신미경: 천사는 어디에나 있다 더보기

최윤희: 내면의 궤적, 파토스의 추상

최윤희 개인전 《Turning In》 전경 2024 TINC

최윤희는 감정의 ‘결’과 ‘겹’을 선에 담는다. 일상의 장소, 관계, 사건 등에서 느낀 미묘한 정서를 회화에 녹여왔다. 그가 최근 TINC에서 개인전 <Turning in>(6. 4~29)을 열고 대형 신작 3점을 선보였다. 최윤희에게 감정은 추상 명사로 고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파도, 수천 개의 색으로 번지는 스펙트럼, 희미해지고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는 빛에 가깝다. 사랑은 식고, 슬픔은 흐려지며, 열정은 휘발된다. 작가는 이러한 감정의 운동인 ‘정동’에 몸을 실었다. 감정의 크기에 따라 몸을 구부렸다 폈고, 속도에 맞춰 캔버스 위를 질주하다 멈췄다. 특정 모티프에서 시작하더라도 정서가 달라지면 과감하게 형태를 바꿨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내면을 파헤친 흔적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날뛴 감정의 궤적이 캔버스에 남았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처음으로 대규모 회화에 도전했다. 캔버스의 크기가 커진다면 눈에 띄지 않았던, 그동안 놓쳐왔던 감정을 포착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출발했다. 작가의 변화는 늘 자신을 향했다. 작업 초기, 풍경화를 그리던 최윤희가 오늘의 방식을 선택한 것 역시 외부의 사물보다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작가의 그림은 일기보다 거울과 맞닿아 있다. 작품의 필치를 따라 몸을 움직이는 관객은 최윤희가 그랬듯 자신의 감정과 만난다. 관객이 작가의 감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감상자의 마음을 비춘다. 말하자면 최윤희의 회화는 누구에게나 ‘나’의 내밀한 이야기다.

◼︎ 『아트인컬처』 2024년 7월호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 1965년 니오르 출생. 큐레이터, 미술평론가.

관계미학의 창시자 니콜라 부리오. 그는 작품과 관객의 상호 작용을 중심에 둔 큐레이토리얼을 실천해 왔다. 부리오가 감독을 맡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9. 7~12. 1)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30개국 73인(팀)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에서 그가 제시한 주제는 ‘판소리’. 악극 고유의 공공성과 정치성, 관객 참여적 성격을 동시대 미술언어로 재해석했다. 일상 공간을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기후 위기 등의 담론이 오가는 사회 정치적 공론장으로 확장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더보기

미술과 함께, 스타의 또다른 삶

구혜선 〈무제〉 혼합재료 25×25cm 2017

‘아트테이너’의 전성시대인가. 그 열풍이 미술계에도 불고 있다. 연예인이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아티스트로서 전시를 개최하거나, 컬렉터로서 작품을 구매하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미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스타의 대중적 파급력 때문이다. 조영남은 1970년대부터 일찍이 작가 활동을 시작한 아트테이너의 원류이고, 그 계보를 나얼 박신양 송민호 이혜영 하지원 하정우 등이 잇는 중이다. 컬렉팅의 경우 소장품을 공개한 몇 엔터테이너를 제외하면 그 규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지만, 창작보다 문턱이 낮은 만큼 알려진 숫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고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한 강부자를 비롯해 김용건 고소영 RM 탑 지드래곤 유아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탑과 지드래곤은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뉴스』(2019)에서, RM은 『아트넷뉴스』(2022)에서 주목할 만한 글로벌 컬렉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사례는 훨씬 더 늘어난다. 대표적인 인물만 열거하면 폴 매카트니, 실베스타 스텔론, 샤론 스톤, 짐 캐리 등이 작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해 왔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는 전 세계 주요 아트페어를 전세기로 찾아다닐 만큼 ‘큰손 컬렉터’이다.

미술과 함께, 스타의 또다른 삶 더보기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

노재명. 1990년생. 아트오앤오 대표.

MZ세대 대표 컬렉터 노재명. 그가 론칭한 아트페어 아트오앤오(4. 19~21 세택)가 미술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15개국에서 갤러리 36곳이 참여하고, 미디어아트와 컬렉션을 주제로 한 이색적인 특별전을 기획했다. 노재명은 아트오앤오의 정체성으로 ‘유일무이(One and Only)’를 제시한다. 국내 아트페어에서 보기 힘든 해외 갤러리 라인업과 국내 신진 화랑, 젊은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 더보기

다시, 그날의 바다로…

경기도미술관,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념전 《우리가, 바다》

윤동천 〈노란 방〉 철판 구조물에 칠, 모터, 말방울 1,369×688-x560cm 2017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열사흘 뒤, 단원고등학교를 마주한 경기도미술관에는 합동 분향소가 설치됐다. 이후 4년 동안 9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곳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아픔을 나눴다. 경기도미술관에선 2주기와 3주기, 7주기에 맞춰 추념전이 열렸고, 미술관은 애도의 공간을 넘어 예술과 사회의 연대 장으로서 공동체의 의미를 질문했다. 그리고 지난달 10주기를 맞아 네 번째 추념전 <우리가, 바다>(4. 12~7. 14)가 열렸다.

다시, 그날의 바다로… 더보기

아트부산: 마켓을 ‘페스티벌’로!

제13회 아트부산, 상반기 최대 미술장터의 생존 전략

아트부산(2024) 전경

상반기 미술시장을 대표하는 아트페어 아트부산(5. 9~12)이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13회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20개국 갤러리 129곳이 참여했다. 국내에선 가나아트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조현화랑 학고재 PKM갤러리, 해외에서는 소시에테 야리라거갤러리 에프레미디스 페레스프로젝트 탕컨템포러리아트 화이트스톤갤러리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유동성 악화와 부동산 악재의 영향으로 아트마켓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이번 실적은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하반기 시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온 미술계의 관심이 모였다. 이번 아트부산의 평가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시장 관계자 사이에선 갤러리 수가 줄고 판매액이 감소한 것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고, 컬렉터와 관람객층은 신진 작가를 위한 자리가 늘고, 뮤지엄급 퀄리티의 특별전, 관람 환경을 개선했다는 점에 좋은 점수를 줬다.

아트부산: 마켓을 ‘페스티벌’로! 더보기

서울예술시민학교 용산 2024 봄학기 강의 안내

서울시민예술학교 2024 봄학기 모집 프로그램
《서울 미술산책, 어디서 어떻게 감상할까?》

화창한 봄, 꽃과 함께 서울 곳곳을 수놓은 미술을 만나러 갑니다. 북서촌, 한남, 마포/서대문, 강남의 미술공간을 톺아보는 미술산책입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어떤 전시와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요? 또 어떤 장르의 미술과 작가를 좋아하게 될까요? ‘나’의 취향은 무엇일까요? 미술산책은 이러한 물음에 함께 답을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미술관, 갤러리, 신생공간은 물론 공원에서 모르고 지나쳤던 대가의 작품까지, 우리 일상에 자리한 미술을 안내합니다. 미술사나 미술이론, 아티스트의 작업 세계 등 배경지식 없이도 자신만의 관점과 취향으로 감상하는 미술. 그 산책길의 지도를 여기 펼칩니다.

프로그램 일정
2024.5.29.(수) ~ 6.26.(수) 19:00~21:00
(매주 수요일, 총 5회 연속 과정)

신청관련
⠂기간: 5.1.(수) 14:00부터 선착순 모집
⠂방법: 링크를 통한 신청 페이지 이동

✽ 본 프로그램은 총 5회 연속 과정입니다.
✽ 연속 참여가 가능한 경우 신청바랍니다.
✽ 관련 문의: 02-3785-3155
✽ 문의 시간: 화-토 11:00~18:00(공휴일 제외)